1. 언론 보도 내용
2024년 10월 2일, 미국 언론 악시오스(Axios)는 익명의 이스라엘 관리들의 발언을 인용하여 이스라엘이 "이란 내 석유 생산 시설과 기타 전략적 시설을 표적으로 하는 중대한 보복"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WSJ)도 익명의 아랍 관리들의 증언을 통해 이 정보를 뒷받침했으며,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The Times of Israel)은 이스라엘의 예상 보복이 "상당한 재정적 피해"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의 석유 정제 능력부터 시작하여 이스라엘과 압도적인 대응을 조율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일련의 보도는 2024년 10월 1일 이란이 '참된 약속 2 작전'(Operation 'True Promise 2')의 일환으로 이스라엘을 향해 약 180~200기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사건에 대한 보복 조치의 방향으로 볼 수 있다. 이란의 공격은 9월 27일 이스라엘이 하산 나스랄라(Hassan Nasrallah) 헤즈볼라 지도자를 암살한 것에 대한 보복 등으로 촉발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2. 이스라엘의 과거 사례
이란의 에너지 부문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위협과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2023년 12월 '포식성 참새'(Gonjeshke Darande)라는 이스라엘 연계 해킹 그룹이 이란 주유소의 약 70%에서 서비스를 중단시키는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2024년 2월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NYT)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의 주요 남북 가스 파이프라인 네트워크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폭발에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로 인해 "수백만 명에게 가스 공급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건들은 공개 출처를 통해 이스라엘의 개입을 완전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스라엘이 특히 사이버작전 및 사보타주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3. 이란 석유 산업의 중요성
이란 석유 산업의 규모와 중요성은 여러 공신력 있는 기관의 보고서를 통해 확인된다. 2023년 석유수출국기구(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OPEC)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원유 확인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 10월 독일 국영 방송사 도이체벨레(Deutsche Welle, DW)의 보고에 의하면, 2023년 이란의 석유 수출로 인한 수입은 350억 달러를 상회했으며, 2024년 상반기 이란의 평균 일일 석유 판매량은 156만 배럴에 달했다. 2024년 4월 미국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oundation for the Defense of Democracies, FDD)의 보고서는 석유 수출이 이란 총 수출 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추정했다.
이란 국내총생산(GDP)에서 석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의 2018년 발표에 따르면 17%, 세계은행(World Bank)의 2021년 발표에 따르면 30%로 추정된다.
4. 분석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시설에 대한 잠재적 공격 가능성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먼저, 이스라엘의 군사 독트린이 중요한 분석 기준이 된다. 이스라엘은 '다히예(Dahiyeh) 전략'과 '문어발(Octopus) 전략'이라는 두 가지 주요 군사 전략을 운용하고 있다.
2023년 12월 가디언(The Guardian)의 보고서에 따르면, 다히예 전략은 적대적 정부들이 이스라엘의 군사적, 전략적 목표에 굴복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주요 민간 기반 시설에 대규모 피해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전략을 이란 석유 시설에 적용한다면, 이스라엘이 이란의 주요 경제 기반 시설인 석유 시설을 타격함으로써 이란 정부에 강력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Dahiyeh(또는 Dahieh)는 ‘교외’ 또는 ‘외곽’을 의미하는 아랍어이다. Dahiyeh 전략의 맥락에서 이는 특히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 있는 시아파 무슬림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Dahiyeh라고 불리는 이 지역은 레바논의 정치 및 군사 단체인 헤즈볼라의 거점이다. 이 이름은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이스라엘군이 이 지역을 헤즈볼라의 지도력 및 인프라와 연관시켜 대규모 공습을 가한 이후 유명해졌다. 이 교외 지역의 광범위한 파괴로 인해 Dahiyeh라는 용어는 적의 작전 능력을 약화시키고 심리적,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방법으로 민간 기반 시설을 표적으로 삼는 이스라엘의 군사 교리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었다. 따라서 이 맥락에서 Dahiyeh는 적군과 연계된 민간 지역에 대규모 피해를 가하는 전쟁 접근 방식을 상징한다. |
한편, 2022년 당시 나프탈리 베넷(Naftali Bennett) 이스라엘 총리가 설명한 문어발 전략은 "문어의 촉수"(이스라엘의 안보를 약화시키려는 헤즈볼라와 하마스와 같은 이란 동맹 민병대를 지칭)와 교전하기보다는 "문어의 머리"(이란과 이란 영토에 대한 공격을 지칭)를 공격하는 것을 강조한다. 이를 적용한다면,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심 시설인 석유 기반 시설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러한 군사 독트린 외에도, 공격의 잠재적 영향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은 더욱 높아 보인다. 국내적 측면에서, 이란 석유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성공적인 공격은 가장 수익성 높은 수입원 중 하나를 박탈하고,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시민들 사이에서 반정부 불만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2019~20년 연료 가격 인상에 따라 이란인들의 전국적 반정부 시위 사례를 고려할 때 더욱 가능성이 높다.
국제적 측면에서도, 이러한 공격은 이란이 중국과 같은 동맹국들에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고, 이슬람 혁명수비대-쿠드스군(Islamic Revolution Guard Corps–Quds Force, IRGC-QF)이 여러 이란 동맹 민병대와 협력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작전을 자금 지원하는 능력을 방해할 수 있다. 이는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심리적 영향 측면에서도 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10월 2일 영국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iddle East Eye)의 보도에 따르면, 연료 공급 중단에 대비해 여러 도시의 주유소 앞에서 이란 시민들의 긴 줄이 목격되었다. 이는 이스라엘이 실제 공격을 감행하기 전에도 이란 시민들 사이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일상생활에 혼란을 초래함으로써 이란 정부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스라엘의 군사 전략, 전략적 목표, 그리고 공격이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영향을 고려하면,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러한 공격이 초래할 수 있는 국제적 반발과 지역 정세의 불안정화 가능성도 이스라엘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5. 평가 및 결론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때, 이스라엘이 단기적으로 이란의 석유 부문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약 50%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가능성이지만, 동시에 이스라엘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다만, 이스라엘의 군사 준비 상태에 관한 공개 정보가 제한적이므로, 이 평가의 신뢰도는 중간 수준에 머무른다.
이스라엘의 잠재적 공격 대상은 이란의 핵심 석유 인프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정유 시설, 원유 수출 터미널, 주요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지, 그리고 에너지 수송 파이프라인 네트워크가 주요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를 고려할 때, 실제 타격 작전(kinetic strike)과 공습(air strike)이 시행될 경우 그 성공 가능성은 상당히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이란의 취약한 방공 체계에 기인한다. 현재 이란은 노후화된 방공 시스템과 제한된 수의 전투기로 자국 영공을 방어하고 있어, 이스라엘의 첨단 군사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이스라엘의 정밀 유도 무기 시스템과 스텔스 기술을 활용한 공중 타격은 이란의 현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주요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높은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예상되는 군사 행동은 전략적 균형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이란과의 전면전을 촉발하지 않는 선에서 보복의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광범위한 군사적 충돌을 원치 않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국제 사회의 반응도 이스라엘의 의사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제 강국들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글로벌 석유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란의 보복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Straits of Hormuz)이 봉쇄될 경우, 세계 석유 공급망에 심각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이는 국제 유가의 급등을 야기하고, 세계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시나리오다.
결론적으로,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시설 공격 가능성은 상당히 높지만, 그 실행에 있어서는 국제 정세와 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국제 사회의 우려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향후 이스라엘의 행보는 중동 지역의 안보 구도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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