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대대적인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국내 첩보)와 모사드(해외 첩보)의 책임론이 제기됨
그들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누구도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놀라운 일이고, 만약 사전에 공격 정보를 입수했다고 해도 이를 막거나 피해를 줄이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함
전통적으로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중동 지역에 가장 광범위한 첩보망을 구축하고 충분한 자금력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고, 이중 모사드는 단연 선두임
이스라엘에 진주만(일본의 기습)과 같은 순간이 현실이 됐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맞기도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큰 그림을 보면 조금 사정이 다름
최근의 중동은 이란에 대한 제재가 서서히 풀리는 기미가 돌면서 유화적인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었음. 대표적인 것이 미국과 이란이 카타르의 중재로 수감자 맞교환에 합의, 지난 2019년부터 한국의 은행에 묶여있던 이란의 석유 수출대금 60억달러(약 8조원)가 카타르의 은행으로 송금되면서 맞교환이 성사됐음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신경을 쓰느라 중동에 관심이 덜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핵무기 개발설 까지 나오는 상황이었음.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사우디는 당연한 수순으로 개발해야 하고(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가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에게 위협 받을 수는 없으니까), 이스라엘은 생존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음
미국은 선택을 해야 했음. 중동의 이스라엘을 지원할 것이냐, 우크라이나를 여전히 지원할 것이냐임. 두 가지를 다하기에는 미국의 여론, 군사적 능력에 어려움이 있음. 특히 민주당의 내년 대통령 선거 전략에 적신호임.
그래서 이왕 시작한 거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면서 러시아의 힘을 빼고, 중동은 이란을 좀 조용히 시키면서 그냥 넘어가려고 했음.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한편 이스라엘의 골칫거리는 가자지구(Gaza Strip)였음.
2005년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 후 하마스(Hamas)가 지배하면서 여러 차례 군사 충돌이 발생했음
그리고 가자지구는 인구 밀도가 매우 높으며, 인도주의적 위기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어서 이스라엘에게는 가시 같은 존재였음
그런데 이번 하마스의 기습적인 공격과 비인간적인 행태로 이스라엘은 다시 가자 지구를 통제해야 할 명분이 생긴것임. 가시를 제거할 기회가 온 것임
결국 큰 그림을 볼 때 희생은 따르지만 국제정세나 이스라엘의 내부 정세를 통틀어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임
이렇게 그리다 보면 결국 미국은 이스라엘을 도와야 하고, 우크라이나는 서방세계의 도움이 줄어드는 가운데 자체적인 생존 방법을 찾아야 하고.. 이스라엘의 여전히 중동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고, 미국은 민주당의 갈피를 못잡은 외교 덕분에 고생은 했지만, 이제 자리 잡고 다시 중국에 집중하게 될 것 같고, 러시아는 그동안 골치 아팠던 우크라이나가 좀 조용해 지면서 숨 좀 돌리게 될 것 같고, 중국도 좀 조용한 가운데 여러 가지 내부 경제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고....
혼돈 속의 국제정세 답게 복잡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정보기관의 실패와 성공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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